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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개봉한 SF 호러 영화 ‘에일리언3’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전작 ‘에일리언2’가 액션 중심의 블록버스터였다면, ‘에일리언3’는 폐쇄된 환경과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고뇌와 희생을 그린 철학적인 작품이다. 개봉 당시 혹평과 비판에 시달렸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금 재조명을 받으며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주요 줄거리, 중심 인물들, 그리고 당시와 현재의 국내외 반응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에일리언3 줄거리
‘에일리언3’는 전편에서 리플리와 어린 뉴트, 힉스 대위가 함께 타고 탈출한 우주선의 사고로 시작된다. 이들은 냉동수면 중이었지만 탈출 포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염되어 피오리나 161 행성의 죄수 수용소에 불시착한다. 이 과정에서 뉴트와 힉스는 사망하고, 리플리만이 생존한 채 수용소 안으로 옮겨진다.
피오리나 161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폐쇄적인 중범죄자 교도소로, 철저한 금욕 생활을 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이 공간에 유일한 여성인 리플리의 존재는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처음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수감자들과 관리인은, 알 수 없는 존재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녀의 경고에 주목하게 된다.
곧 리플리는 에일리언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녀 자신이 여왕 에일리언의 배아를 품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그녀는 복제나 실험을 목적으로 자신을 데려가려는 웨이랜드-유타니 사의 위협에도 맞서야 한다. 결국 리플리는 마지막 순간, 에일리언을 제거하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녹는 금속이 흐르는 용광로 속으로 뛰어들며 자살을 택한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서 튀어나오려던 에일리언 여왕도 함께 사라진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히 괴물과의 싸움을 넘어, 리플리라는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에 맞서는 과정을 담아낸다. 끊임없는 생존 속에서도 희생을 선택하는 인간성, 고립된 인간 사회의 구조적 긴장, 여성성과 영웅성의 교차점 등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철학적인 전개는 호불호를 불러왔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깊이 있는 주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등장인물
‘에일리언3’의 중심에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리플리가 있다. 이번 편의 리플리는 단순한 생존자를 넘어, 삶과 죽음, 희생과 인간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깊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중심축을 이뤄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특히 여왕 에일리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보이는 담담한 결단력은 인간적인 고통과 강인함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또한 매우 인상 깊다. 딜런(찰스 S. 더튼)은 종교적 교리를 따르며 죄수들 사이에서 정신적 리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리플리의 말에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에일리언의 실체가 드러난 후에는 그녀와 뜻을 함께하며 최후의 전투를 이끈다. 딜런은 자신 역시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동체를 지키려는 인물로, 리플리 못지않은 영웅적인 존재다.
클레먼스 박사(찰스 댄스)는 수용소의 유일한 의료진으로, 리플리와 짧지만 진한 감정선을 형성하는 인물이다. 그의 존재는 인간적인 교감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은 관객에게 강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수감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며, 단역임에도 개성과 서사를 통해 몰입도를 높인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죄인이며, 그 안에서 인간성과 희생,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구성은 독특하다. 이들은 외계 생명체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인간 내부의 두려움과 죄의식을 상징하며, 결과적으로 리플리와 함께 공동의 적에 맞서며 연대하는 과정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국내외 반응
‘에일리언3’는 개봉 당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미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된 판본이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의도와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로 영화 팬들과 비평가 모두가 실망감을 표현했다. 제작사는 핀처에게 충분한 연출권을 주지 않았고, 대본도 여러 차례 변경되어 일관성을 잃었다. 특히, 팬들이 애정하던 뉴트와 힉스의 죽음은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데이빗 핀처 본인은 이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를 거부해왔으며, "나의 작품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남겼다. 그러나 훗날 공개된 ‘어셈블리 컷(Assembly Cut)’은 원래의 비전을 보다 잘 담아내면서, 이 작품의 미학과 주제 의식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핀처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암울한 톤과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구성으로 인해 ‘감독판을 봐야 진짜 평가가 가능하다’는 여론이 많다.
한국에서는 초반 개봉 당시 관객 수가 기대보다 낮았고,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마니아층 중심으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DVD와 온라인 스트리밍, IPTV 등을 통해 꾸준히 감상되며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특히 시고니 위버의 연기는 국내에서도 매우 높게 평가되었고, ‘리플리’라는 캐릭터는 강한 여성상으로써 여러 콘텐츠에서 인용되며 영향력을 끼쳤다.
해외에서는 최근 '에일리언3'에 대해 “예술 영화에 가까운 SF 호러”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 고립된 공간의 사회학적 의미, 종교와 희생의 상징성 등은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외 모두에서 지금은 과거의 혹평이 무색할 만큼 평가가 올라간 작품이며,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명작으로 분류된다.
‘에일리언3’는 단순한 SF 호러를 넘어, 인간의 고뇌와 희생, 공동체의 의미를 담은 깊이 있는 영화다. 당시에는 오해받았지만, 이제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어셈블리 컷을 통해 진정한 감독의 시선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